걷는 것이 불편한데 이상 없다고요? 무혈성 골괴사를 의심하세요.
최근 들어 특별한 외상이 없는데도 고관절이나 무릎 부위에 통증이 반복되고, 병원에서는 단순한 관절통으로 진단받았다면 ‘무혈성 골괴사’를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에는 X-ray로도 발견되지 않을 만큼 증상이 모호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일상적인 보행조차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30~50대 중장년층이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한 이력, 과도한 음주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서 무혈성 골괴사(AVN, Avascular Necrosis) 발생률이 높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무혈성 골괴사는 말 그대로 ‘피가 통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질환’입니다. 뼈는 살아 있는 조직으로, 지속적인 혈류 공급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으며 유지됩니다. 그러나 여러 원인에 의해 뼈 내부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면 뼈세포는 죽기 시작하고, 결국 괴사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괴사 된 뼈는 무너져 내리듯 변형되며, 이로 인해 관절 기능이 상실되고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줍니다.
초기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단순 근육통이나 관절염으로 오인되기 쉬우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인공 관절 수술까지 고려해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혈성 골괴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이 질환의 원인, 증상, 치료 및 예방 방법까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혈액 공급이 끊기며 시작되는 뼈의 죽음
무혈성 골괴사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뼈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되거나 차단되는 것입니다. 뼈는 겉으로 단단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혈관이 촘촘하게 분포해 있어 일정한 혈류를 통해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면, 뼈세포는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결국 괴사 하게 됩니다.
이러한 혈류 차단은 외상, 즉 뼈 골절이나 탈구와 같은 물리적인 손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보다 흔한 비외상성 원인은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과 ‘과도한 음주’입니다. 스테로이드는 면역 억제제나 항염증제로 많이 사용되지만, 장기간 고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혈관 수축, 혈액 점도 증가, 지방 대사 이상 등을 유발하여 결국 뼈로 가는 혈류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과도한 음주는 체내 지방 대사에 문제를 일으켜 혈관을 막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뿐만 아니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잠수병(감압병),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 등의 질환도 무혈성 골괴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때로는 뚜렷한 원인 없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뼈는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하며, 이러한 변화는 통증으로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런 자각 증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검진과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혈성 골괴사의 주요 증상과 자주 침범하는 부위
무혈성 골괴사는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침범하는 부위는 바로 고관절(대퇴골두)입니다. 이 부위는 혈액 공급이 매우 섬세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은 혈류 장애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고관절은 몸의 체중을 지탱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괴사가 발생하면 보행 시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를 절게 되는 증상이 대표적으로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앉았다가 일어날 때, 오래 걸은 후에,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시작되며, 이 통증은 서서히 빈도와 강도가 증가합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근육통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진행되면 관절 운동 범위가 줄어들고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초래합니다. 특히 무릎, 어깨, 발목, 손목 등의 관절에서도 무혈성 골괴사가 발생할 수 있으며, 부위에 따라 각각 다르게 통증이나 운동 제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무혈성 골괴사는 방치하면 뼈가 점차 무너지고 관절면이 불규칙하게 변형되며, 이로 인해 관절염이 발생하거나 연골이 손상되는 이차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약물치료나 보존적 치료로는 회복이 어려워지고,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며, MRI 검사는 초기 진단에 매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됩니다.
치료 방법과 예방 전략: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혈성 골괴사의 치료는 질환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나이, 증상,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초기 단계라면 보존적 치료로 통증을 줄이고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체중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목발이나 지팡이를 사용하거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 등을 사용하여 통증을 조절하고, 물리치료나 운동치료를 통해 관절 가동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더 진행된 단계에서는 뼈 이식술, 코어 감압술(core decompression), 연골 재건술 등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고려될 수 있습니다. 코어 감압술은 괴사된 부위에 구멍을 뚫어 뼈 내부 압력을 낮추고 혈류를 다시 확보하는 방법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뼈의 함몰이나 관절 변형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인공 관절 치환술(인공 고관절, 무릎 관절 등)이 유일한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고위험 인자의 철저한 관리입니다. 스테로이드 복용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며 최소 용량, 최소 기간으로 복용해야 하며, 음주는 가능한 줄이거나 금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고지혈증, 당뇨병 등 혈액 순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성질환도 철저히 관리해야 하며, 운동을 통한 전신 혈류 개선도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평소보다 관절 통증이 반복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지속될 경우에는 MRI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뼈의 침묵을 지나치지 마세요.
무혈성 골괴사는 진행되기 전까지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적기 때문에 쉽게 간과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일단 뼈가 괴사하기 시작하면 회복이 어렵고, 관절 기능 상실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고관절에 발생한 경우, 일상적인 걷기조차 불가능해지며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 예방에 나서는 것입니다. 스테로이드 남용, 과도한 음주, 무리한 운동 등은 피하고, 이상 징후가 있다면 조기에 MRI 검사를 통해 뼈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무혈성 골괴사는 단기간에 완치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적극적인 관리와 꾸준한 재활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뼈는 말없이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관절통이나 피로로만 치부하지 말고, 그 안에 숨겨진 경고 신호를 읽어내는 것이 무혈성 골괴사를 극복하는 첫걸음입니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뼈 건강의 핵심입니다. 오늘부터 내 몸의 작은 신호에 더 귀 기울여보세요.